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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

[드라마 리뷰] 나의 해방일지 (1) _ 해방 추앙 환대, 그리고 손석구 씨

by 이왕 사는 거 2022.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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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해방일지는 정체는 모르겠지만 삶의 무언가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삼 남매와 외지인 구 씨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경기도 끝자락인 산포시에서 서울로 출퇴근 시간만 4시간을 소비하는 애환까지 담겨 있어 경기도민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나의 해방일지는 담담하고 잔잔합니다. 게다가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특히 극 초중반까지도 모두에게 힐링을 주는 드라마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편씩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일상적이면서도 조금씩 변해가는 그들의 삶에 천천히 물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또한 담담하면서도 울림이 있고 일상적이면서도 힘 있는 대사 하나하나에 빠져들다가 뜻밖에 위로를 받게 되실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나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지, 나는 누군가를 추앙하고 환대하며 또 이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인 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하루하루를 그저 묵묵히 견뎌내며 또 살아내고 있는 우리에게 나를 힘겹게 하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적어도 한 번쯤은 짚어 보라고, 그리하여 것으로부터 해방되어 보라고 말하는 나의 해방일지드라마 리뷰 시작합니다. 

 

* 작성하다 보니 길어져서 리뷰 1부: 등장인물 소개,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해방되는지와

   리뷰 2부(클릭): 결말 해석(그들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었나)과 작가 소개로 나누어 포스팅합니다.

 

드라마-나의-해방일지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나의 해방일지 정보

제목:  나의 해방일지
출연:  이민기, 김지원, 이엘, 손석구, 천호진, 이기우, 전혜진
극본:  박해영
연출:  김석윤
제작사:  스튜디오피닉스, 초록뱀미디어, JTBC스튜디오
방송 기간:  2022.04.09 ~ 2022.05.29 / 16부작

다시 보기:  넷플릭스, 티빙

 

드라마 도입부 소개 _ 주요 등장인물

 

 염기정, 염창희, 염미정 삼 남매는 경기도 중에서도 시골 자락인 산포시에 살고 있습니다. 집에서 비포장도로를 걸어 나가 마을버스를 타고서야 도착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당미역에서 서울에 있는 직장에 이르기까지 왕복 4시간이 소요됩니다. 저녁 약속이라도 있는 날에는 셋이서 시간을 맞춰 함께 택시를 타고 비용을 나누어 부담합니다. 그들은 모두 이런 일상이 지치고 지겹습니다.

 

 염기정(이엘 분)은 삼 남매 중 첫째입니다. 구질구질하고 촌스러운 현재의 삶이 지겹고 싫습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눈치가 없으며 말을 거칠게 하는 스타일입니다. 첫 연애부터 항상 결혼을 목표로 임했건만 인생에 남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올 해가 다 가기 전, 정말 아무나 마지막으로 뜨겁게 사랑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미정의 직장동료이자 해방 클럽의 회원 조태훈(이기우 분)을 만납니다.

 

 염창희(이민기 분)는 삼 남매 중 둘째이자 유일한 남자 형제입니다. 편의점 본사 대리로 근무 중인 창희는 솔직하고 내숭이 없는 성격입니다. 시골 자락 같은 산포시와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철없는 아들입니다. 물질적인 가치를 최고로 여기는 창희에게는 이상한 능력이 하나 있습니다. 남들은 한 번도 보기 어렵다는 임종의 순간을 몇 번이나 우연히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염미정(김지원 분)은 삼 남매 중 막내입니다. 극 내향형 성격의 그녀는 회사에서는 덤덤하고 필요한 정도의 미소 정도만 띄고 있지만, 집에서는 아무런 표정도 감정도 없는 듯 일상을 지냅니다. 미정에게는 큰 비밀이 하나 생겼습니다. 은행 대출까지 받아 돈을 빌려줬던 전 남자 친구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미정은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런 삼 남매의 집에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외지인 구 씨(손석구 씨)가 등장합니다. 구 씨는 낮에는 아버지 사업을 돕고 밤에는 혼자 집에서 술만 마십니다. 산포 가족들 중 누구도 그의 이름이나 과거를 묻지 않았지만, 어딘지 어두운 사연이 있을 것만 같은 남자입니다. 그런 구 씨에게 어느 날 미정이 찾아와 은행에서 온 우편물을 숨겨달라고 말합니다. 

 

 

무언가로부터의 해방

 

 사실 삼 남매 중 누구에게라도 드라마틱하게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장시간 출퇴근길의 고단함, 풀리지 않는 연애사, 모두가 힘겨운 금전문제 등 그들의 삶은 일상적이고 고질적인 피로들로 뒤덮여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이렇게나 현실적이므로, 드라마 초반까지 주인공들과 동일시된 시청자들을 조금은 답답하고 우울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며, 그중 정확히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어야 답답한 마음이 뚫릴 수 있을지 프레임 밖의 우리조차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정은 서울의 한 카드회사의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미정의 회사는 복지성 혜택으로 제공하는 사내 동호회 활동을 모두가 반드시 해야 한다며 끈질기게 그녀를 괴롭힙니다. 참다못한 미정은 각자 한 가지씩 적어 그것으로부터 해방되어 보자는 '해방 클럽'

 

우리 진짜로 하는 건 어때요? 해방 클럽. 
전 해방이 하고 싶어요. 해방이 되고 싶어요. 
어디에 갇혔는지는 모르겠는데, 꼭 갇힌 것 같아요. 속 시원한 게 하나도 없어요.
갑갑하고, 답답하고, 뚫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 미정의 대사 中

 

 미정뿐만이 아닙니다. 드라마 속 그들도, 현실의 우리들도 힘겨운 일상이 답답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정확히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것인지 정의 내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실 마지막까지 해방 클럽의 멤버들은 무언가로부터 후련하게 해방되었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 태훈: 나의 힘겨움의 원인을 짚었다는 거 외엔..
- 미정:  그게 전부인 것 같아요. 내 문제점을 짚었다는 거.

 

 그저 묵묵히 버텨내는 것에만 집중하던 상태에서, 문제점을 짚어내는 상태로 전환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미정의 입을 통해 작가는 말합니다. 이제 적어도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는지는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방될 것인가

 이 드라마에는 소리 내어 말한다는 생각만 해도 어색한 단어들이 대화 속에서 등장합니다. 예컨대 해방, 추앙, 환대와 같은 단어들입니다. 신선하면서도 낯선 이 단어들은 주로 미정이 구 씨에게 사용합니다. 아마 이것이 미정이, 그리고 작가가 생각한 해방의 방법들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추앙받기

 

 아무런 표정도 말도 없이 매일 술만 마시는 구 씨에게 미정은 자신을 '추앙하라'라고 말합니다. 부탁이 아니라 그저 하라고 합니다.  '추앙'이라는 단어가 말소리화 되어 들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 듭니다. 돈을 떼간 전 남자 친구와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가 있는 회사까지 미정은 이미 자신을 둘러싼 모든 관계에 지쳐있습니다. 그렇기에 미정의 해방을 위해서는 상호작용이 필요한 사랑이 아닌 일방적으로 작용하는 '추앙'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표정도 감정도 드러내는 법이 없던 미정이 구 씨 앞에서는 화도 내고 짜증도 냅니다. 당신이 추앙하는 내가 다른 사람의 눈치 따위 보지 않고 살게 만들라며 당당히 요구하기도 합니다. 미정은 적어도 구 씨 앞에서 만큼은 표정 하나를 벗겨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조금씩 해방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 미정: 왜 매일 술 마셔요?
- 구 씨: 아니면 뭐 해? 
- 미정: 할 일 줘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

 

 

2. 추앙하기

 

 구 씨는 삶에 대한 모든 의지를 잃은 채 산포에 왔습니다. 사람도 생각도 싫고 잠들기 위해 매일 술만 마십니다. 이곳에 처음 왔던 날, 구 씨는 지하철에서 누군가의 큰 목소리를 듣고 얼떨결에 목적지가 아닌 당미역에서 내렸습니다. 구씨는 그 덕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구 씨를 구한 목소리는 미정의 것이었습니다.

 

 그런 미정에게 구 씨는 '내가 너를 추앙하면 너도 나도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맞냐'라고 묻습니다. 미정은 확실하다며 추앙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려 줍니다. 술만 마시던 구 씨는 출근길에 미정을 당미역까지 차로 데려다주거나 퇴근길에 그녀를 마중 나가기도 합니다. 미정을 추앙하느라 술 마시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조금씩 줄었습니다. 구 씨는 집과 술로부터 벗어나는 시간이 서서히 길어집니다.

 

- 구 씨: 확실해? 봄이 오면 너도 나도 다른 사람 되어 있는 거? 
- 미정: 확실해. 
- 구 씨: 추앙은 어떻게 하는 건데?
- 미정: 응원하는 거. 넌 뭐든 살 수 있다. 뭐든 된다. 응원하는 거. 

 

3. 환대하기

 

 연인이 되기로 한 후에도 미정은 구 씨의 이름이나 과거를 묻지 않습니다. 그 무엇이었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지인들에게 거처를 들킨 구 씨는 결국 산포와 미정을 갑작스럽게 떠나 버립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미정을 잊지 못한 구 씨는 다시 미정을 찾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미정에게 구씨는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사람 중에, 나도 있었냐'라고 묻습니다. 미정은 '당신은 내 머릿속에 성역이야. 결심했으니까. 당신은 건들지 않기로. 당신이 미워질 것 같으면 얼른 속으로 빌었어. 감기 한번 걸리지 않기를.'이라고 답합니다. 구 씨는 미정으로부터 이미 추앙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화에 이르러서야 이름을 밝힌 구 씨, 구자경은 염미정을 향해 미소 짓습니다. 미정은 자경에게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미소 짓고 환대해 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구 씨는 자신을 배신하고 도망치는 형에게 정말로 미소 짓고 환대해 주겠다고 말해줍니다. 누군가를 용서하고 환대하는 마음은 한 차원 더 높은 의미의 해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미정: 아침마다 찾아오는 사람한테 그렇게 웃어. 그렇게 환대해

 

- 자경: 형, 환대할게. 환대할 거니까 살아서 보자. 

 

 

 

+ 결말해석이 두 번째 리뷰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_ 아래 링크 클릭

 

 

[드라마 리뷰] 나의 해방일지 (2) _ 결말 해석, 그들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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